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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이면 장마가 시작 한다지만 지금은 ‘햇살 좋고 시원한 공기 맑은 오늘“ 은 출근길에 재미 더해간다.
한 노인은 달리고 있는 버스 안에서, 한 손에는 제법 큼직하게 보이는 보따리를 들고 있고, 차가 움직일 때마다 자꾸 뒤뚱거리는 것을 보면, 몸을 가누기가 힘 드는 것 같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앞뒤가 다 노약자석이다. 그래서 나는 잠깐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정장 차림의 30대로 보이는 남자는 조는 듯이 눈을 감고 있고, 중년의 여자 한 사람은 아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그런데 요즘은 휴대폰이 가름 막이를 한다. 들고 앉아서 폰만 보고 있으면 조는 것 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아주 재있는 광경을 많이 보면서 이런 모습들이 서민들만 이 맛볼 수 있다.
나는 잠깐 노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보다는 나이가 좀 많아 보여서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으나, 내가 나이 든 사람으로 보였던지 노인은 한사코 사양했다. 자기는 집 안에서 늘 앉아서 지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운동 삼아 서서 가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좀 멋쩍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나는 노인이 들고 있는 보따리만 받아 내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 사람이 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갔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서너 정거장을 지나도록 이 노인에게 자리를 讓步(양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정류장에 내릴 것 이면 인심도 쓸 겸 양보하면 좋을 걸.....
나는 빈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 할 때는 될 수만 있으면 젊은 사람 옆에는 서지 않는다.
내가 노약자이니 어쩌면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몸짓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이런 일로 공연히 젊은 사람의 마음을 불안케 하여 조는 것처럼 눈을 감게 하거나, 아니면 까닭 없이 창밖을 내다보게 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은 나도 젊었을 적에 자리양보를 하지 않았으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 해줄 때도 가끔 있다.
사단법인 도덕운동 인천협회 회장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