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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월미산을 곱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정비석은 “우러러보는 단풍이 새색시 머리의 칠보단장 같으며, 굽어보는 단풍은 치렁치렁 늘어진 규수의 붉은 치마폭 같다고나 할까”라고 했습니다.
‘단풍’고운 줄이야 누구나 다 공감하는 이야기...
캐나다 사람들은 국기 한가운데 빨간 단풍잎을 새겨 넣었을 정도이니 단풍의 미감(美感)이 얼마나 강렬했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뿐 아니라, 개척 초기 이민자들이 첫발을 디딘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단풍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개척시대의 애환까지 서려있어 의미가 더합니다.
설탕이 귀했던 개척민들은 인디언들에게 단풍나무 수액으로 메이플시럽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 당분을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개척자들에게 단풍은 심신의 피로를 달콤하게 달래준 묘약이었던 것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에 첫발을 디딘 영국 이주민들은 불타는 것 같은 단풍의 화려함에 취했던 모양입니다.
월미산에도 수목들은 단풍준비에 한창입니다. 어딜 가도 아름다우니 도시인들이 자연과 공감하는 중에 분배의 원리가 작동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입니다.
월미산 후원에 하루가 다르게 화가의 재주를 능가하는 단풍 색은 다시금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게 만듭니다. 고운 단풍잎에 비끼는 가을 햇살 또한 몽롱하게 눈부십니다.
해정 박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