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나름대로의 가치체계와 제도를 갖추고 나름대로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기 마련이다.
그 체제의 정당성의 기반은 가치체제와 제도가 어느 정도 일치되어 있는지, 또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외부세계 다른 체제들과의 경쟁속에서 정당성을 구축하는 체제가 있고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고 외부세계와는 전혀 다른 체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북한이 바로 후자에 해당하는 나라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하기 전의 중국도 그런 나라였다.
오늘의 북한과 어제의 중국은 그 체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이 이상주의에 빠질수록 현실은 이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고,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 체제의 변화는 어디까지나 체제 내부로부터 변하는 것이지 외부의 요인만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사이의 중국의 대외전략은 '세계는 충돌과 투쟁으로 충만해 있다'라는 논리적 전제아래 "2.5전략"을 추구했다. 한손으로는 미국을 다루고 ,다른 한손으로는 소련을 다루고 ,나머지 절반의 손으로는 국지분쟁에 대처한다는 것이었다. 손은 두개 밖에 없는데, 두개 반의 손을 운영하려니 힘에 부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런 시절에 모택동은 베트남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미국과 핑퐁외교로 중미관계를 개선했다. 중미관계가 개선되자 국제정치는 중국,소련, 미국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면서 평화적인 안보환경이 형성됐다. 그런 평화적인 국제질서 아래에서 중국의 최고권력은 모택동에서 화국봉을 거쳐 등소평에게 이양됐고,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1970년대말에 와서 중국은 기본 가치이념을 '충돌과 투쟁'에서 '평화와 발전'으로 바뀌면서 개혁개방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오늘의 중국이 전개된다.
중국이 걸어온 길을 참고로하면 오늘의 북한이 걸어갈 길을 어느 정도 내다볼 수 있다. 특수한 가치체계와 제도적 정치 그리고 특수한 운영 논리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북한과 개혁개방 전의 중국은 많은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기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의 경험이 북한의 앞날에 적용될 가능성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이란 평화적인 외교환경과 힘있는 새 지도자의 등장으로 가능했다.북한도 외부환경이 안정되고, 북한 내부 정치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개혁개방의 길로 얼마든지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확인해 둬야 하는 것은 개혁개방이란 점진적인 과정이지 급변사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요즘 북한 내부 정치를 둘러싸고 '급변사태'란 중국이 가장 바라지않는 사태라는 점이다. 거듭말하자면, 중국은 북한의 점진적인 변화에는 긍정적이지만, 북한내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북한내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한국이 어떻게 해야한다, 미국이 어떻게 해야한다, 유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등의 발상은 모두 중국이 바라지 않는 상황이고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중국은 생각하고 있지않다는 점이다.
중국은 평양에 급변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으며, 북한의 정치 구조에 변화가 오더라도 안정된 환경에서 급격한 변화없이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원자바오총리의 북한 방문은 조중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간의 우호관계를 재확인 시켜주고 믿음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중국의 의도로 풀이 될수 있다.
1978년에 개혁개방을 시작해서 30년간 경제발전을 이루어 오기는 했지만 중국이 걸어갈 길은 아직도 멀다.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이런 때에 평양에 이른바 '급변사태'가 나고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한다,유엔이 어떻게 한다는 그런상황은 중국으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이며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