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작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남과 다름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연아에게 늘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선생님은 연아를 꼭 집어서 “연아!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것 이해하니?, 애들아 연아는 다문화가정 아이이니 특별하게 잘 지내야 한다.”고 늘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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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읽고 쓰고 말하는 데 남보다 뒤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어린이에 비하여 더 잘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다문화! 연아, 집에 가지 말고 남아라. 한글 공부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그날 이후 연아는 본래 이름인 ‘연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친구들도 멀어져 버렸고 연아의 호칭은 ‘다문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여럿(多)'이 대우를 받는 세상이며, 우리사회는 급속히 다문화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국내 거주 외국인 126만 명 시대를 맞은 우리사회는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와 함께 빠른 속도로 다인종ㆍ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을 되돌아보면 아직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연아'의 이야기 외에도 부산 베트남신부, 나주 몽골신부의 살해 사건, 캄보디아정부의 한국인과의 혼인 금지조치 등 국제적으로 부끄러운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한 한해였다. 이것이 우리 다문화의 현주소이다.
5월 20일은 제4회 ‘세계인의 날’이고, 21일은 UN이 정한 제9회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우리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은 과연 어떠한가? ‘인류사는 박해와 멸시, 오만과 편견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족과 민족의 갈등이었다. 피부색, 눈동자 빛깔, 머리털의 색깔, 키 등으로 눈에 보이는 유전적인 신체 특징에 따른 구분으로 이 지구상에는 약 2만4,000여 인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순혈보다 각각 다른 인종이 섞인 혼혈이 많아 엄밀한 분류는 곤란하다고 한다. 과연 혼혈이 아닌 자 그 누구인가? ‘민족’이란 언어·풍습·종교·정치·경제활동 등에 있어 공통된 의식을 지닌 문화공동체로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친 공동생활로 무리 지어진 인간집단을 일컫는다.
세계화의 큰 흐름 속에 탈민족적 세계관이 확산이 되고 '민족'과 '민족주의'를 불편해 하며 극복되어야 할 관념으로 간주하는 현실에서 민족의식은 국가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로 나아가는 데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 국방부에서는 장교로 임관하거나 군에 입영할 때 낭독하는 선서문에 다문화시대를 반영하기 위하여 ‘민족’을 빼고 ‘국민’으로 대체 한다고 했다. 2011년부터 외관상 명백한 혼혈인도 입영이 가능하도록 병역법도 개정되었다. 참으로 고무적인 변화이다.
우리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구태의연한 틀에 얽매어 이해관계가 얽히고 나와 다른 민족, 국적을 가진 자는 이방인으로 취급하며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을 잘못 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제4회 ‘세계인의 날’을 맞이하여 외모와 생각이 달라도 서로 공존공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깨우쳤으면 한다. '민족'과 '국가'의 개념을 초월하여 ‘단일민족의식’의 틀 속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세계시민의식’을 새롭게 형성하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름을 어울림으로 승화시켜 함께 사는 세상, 아름다운 다문화사회가 형성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