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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월드컵, 경제는 경제다
지구를 뜨겁게 달구었던 독일월드컵은 끝났다.
승패는 반드시 실력대로만 되지 않는다.
한번의 기회를 살리면 이기고 한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패배로 이어지는 게 축구다.
그래서 패한 팀은 심판의 오심과 불운을 탓하기도 한다.
한국의 16강 탈락은 안타까웠지만 우리 선수들은 실력만큼 싸웠다.
세계의 벽은 우리가 섣불리 예측했던 것보다 두터웠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한 나라는 207개국, 192개 유엔 회원국보다 많다.
세계가 축구에 열광할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도가 심했다.
방송은 월드컵이 시작되면 월드컵 외에는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고 월드컵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사람들을 마비시킨다. 방송사 월드컵 편성은 개최국 독일의 두 배 이상이었다고 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경기를 방송 3사가 동시에 중계한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호주·일본 경기의 시청률이 일본보다 더 높았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축구 때문에 전쟁을 하기도 했고 축구 때문에 잠시 전쟁을 멈추기도 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축구가 좋고 중요해도 축구에만 매달려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가 본선진출, 16강, 8강을 열망하며 기울인 노력은 눈물겹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게 문제다.
“우리에겐 경제가”
월드컵 기간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 심상치 않은 경제동향, 북한의 미사일 위기 등 현안들은 표류했다.
이를 다루는 책임 있는 당국이 없다는 게 많은 국민의 인식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가 한창이던 6월 29일
북한해군의 기습 선제공격으로 발생한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장병 6명이 전사한
엄청난 사건도 월드컵 열기에 묻혀버리지 않았던가.
아드보카트 감독은 고별 기자회견에서 “2002 월드컵 멤버들의 실력이 4년 동안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은 팀, 더 나은 선수와 경기했을 때 기량이 발전한다”며 선수들의 유럽 리그 진출을 권유했다. 히딩크 감독도 강한 상대와 싸워 크게 지면서도 그걸 강팀을 만드는 연습과정으로 치부했다. 약한 팀과 싸워 이기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미 FTA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해야한다.
선진국과 경쟁해서 경제체질을 강하게 만들지 않고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일본과 대만이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경우를 한번 생각해보자.
냉정한 머리가 필요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처럼 유소년 축구가 발전한 곳이 좋은 대표팀을 가질 수 있다”며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육성되고 활기를 띄어야 국민경제가 강해질 수 있는 이치와 같다.
골을 넣은 선수는 스타가 되지만 그 골은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선수들 모두의 협력의 결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대기업이 국민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 같지만 수많은 중소기업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월드컵에 열광하며 한밤중에 거리에 나와서 대~한민국을 외쳤는가.
무언가 자신을 온통 내맡기고 특정한 일에 매달리고싶은 열정 때문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지도력은 이러한 열정을 국가발전으로 승화시킬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열정을 엉뚱하게 사장시키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한국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그랬기에 16강에 들지 못했어도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쉬지 않고 전진하면 언젠가 4강을 넘어 우승할 날도 올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뛰고 또 뛰어야 하는 것이다.
축구에 정성을 쏟듯이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들의 열정을 쏟게 해야한다.
경제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는가.
나라를 사랑하는 길은 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데에 있지 않다.
축구강국이 경제강국은 아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퍼온이 : 동인천 소상공인 지원센터 :목 형균 / 퍼온 곳:중소기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