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함께한 老巨樹
예부터 늙은 나무에는 신령이 깃든 다고 우리의 선조들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대부분의 마을 어귀에는 신목(神木)인 노거수 느티나무 등 신목은 전쟁이 나면 하나의 요새로도 사용됐다.
강화도 갑곶리의 400년 된 탱자나무는 병자호란 때 방어벽으로 사용됐으며 화엄사의 올벚나무는 정묘호란 때 화살 제조용이었다.
이로 미뤄 보면 老巨樹(노거수) 자체가 치열한 역사의 현장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장수 나무로는 은행, 느티, 이팝, 회화, 소나무 등이 주로 꼽힌다. 은행나무는 老巨樹(노거수)만 전국에 810그루가 분포돼 있고 이 중 19그루가 천연기념물일 정도이다.
높이 67m로 1100살로 추정되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나 수령에 있어서 최고다. 속리산의 정이품송과 함께 정3품 당상관의 벼슬을 받은 몇 안 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노거수에는 각종 설화나 전설 등 옛 이야기가 얽혀 있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으니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있고, 정이품송은 세조 행차 때 가지를 들어 가마가 통과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울진의 왕피천 주변 굴참나무는 피란 온 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등 老巨樹(노거수)와 얽힌 이야기는 끝이 없다.
우리 고장 인천에도 老巨樹(노거수)들이 적지 않다. 장수동 공원 뒤편 은행나무 곰솔과 푸조나무, 서부공원의 배롱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비자나무 등 천연기념물만 해도 양손에 꼽기 어렵다.
경남 의령에는 수령이 500년에 육박하는 감나무가 존재한다니 신기하기조차 하다. 老巨樹(노거수)는 그 자체가 우리의 문화요 역사라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가 여간 반갑지 않다.
한국도덕운동협회 인천지회
박종길